정들었던 회사를 떠나며
언젠가 나도 지금 있는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한때 유행했던 ‘퇴사 부검’을 작성하며 담담히 이별을 준비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별을 준비하는 요즘의 나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근거림 만큼 진한 아쉬움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그건 아마도 이곳에서 보낸 지난 날들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하는 이직이 아님에도, 유독 내 안에서 희비가 공존하는 이번 여정을 좀 더 잘 기억하고자
내가 기억하는 지난 날들에 대한 기록을 남겨본다.
지난 날들의 기억 (23.01~25.11)
1. 첫 만남
23년 1월 24일 판교의 카페에서 처음 만난 젊은 대표님. 처음 만난 성인 남성 둘이 두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담담하게 풀어내는 학생창업 이야기 부터, 시리즈B 투자를 받기까지의 여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런 게 바로 스타트업 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두 번째 만남
23년 1월 31일, 퇴근 후 카페에서 COO님 포함 성인 남성 셋이 다시 만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카페 문이 닫을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 가는 길에 ‘합류 하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3. 합류
얼마 뒤 나는 이곳에 합류했다.
이곳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단단하고 기민했으며, 사람들이 참 따뜻했다.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4. 레거시의 늪
경력직이 많지 않은 조직 구조에서, 이정도로 데이터를 로깅하고 의사결정에 사용하는 조직이 있다니 감탄스러웠다.
하지만 문제는 과거에 잘못 쌓여진 로깅 시스템.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할 수는 있는 건지 조차 막막하게 느껴졌다.
5. 로깅 시스템 개편
백엔드팀과 협력하여 재화의 획득 소진 파악에 필요한 테이블을 4개에서 1개로 줄였다.
게임사에서 경험한 로깅 구조를 많이 차용했지만, 기존 시스템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의 0 to 1은 정말 쉽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설계 및 구현에 참여해준 개발자 분에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6. 실험 시스템 구축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문화는 잘 정착되었지만, 실험을 의사결정에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기존의 실험 설계, 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정의하고 하나씩 수정하기 시작했다.
지난하고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렇게 실험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7. 실험 결과 조회 웹 페이지 구축
실험 진행 회차가 늘어날수록 해결해야 할 문제도 늘어났지만 실험 평가 방식에 대한 기준은 선명해져 가고 있었다.
이참에 더 나은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리소스 사용을 위해, 자동화할 부분은 자동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실험 결과를 모두가 같은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웹 페이지를 만들었다.
8. 정식으로 팀장이 되었다
입사 했을 때 부터 겸직을 하고 있었지만, 정식으로 리드 역할을 맡게 되니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조직에서 신뢰받는 다는 기분이 제법 괜찮았다.
9. 리더의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의 인정에 기분 좋음도 잠시, 팀원을 구하고 리딩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혼자 일할 때 보다 더 멀리 보고 움직여야 했다. 답답한 마음에 강의도 보고 책도 보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니 결국 성장에 필요한건 시간이었다.
10. 새로운 구성원들과 함께하다
내가 조직에 스며드는 동안 새로운 동료 분들을 맞이하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모두가 내 마음 같지는 않았다. 때로는 내 자신조차 무엇이 맞는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덕에 ‘함께 일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11. 새로운 시작을 앞두다
새로운 동료들을 만난 만큼 제법 많은 동료들도 내 곁을 떠나갔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응원의 말들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며 한 분 한 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쉬운 게 많아 떠나는 게 아니기에, 지난 날 나의 모습에 대한 피드백을 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며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이 시간들이 생각보다 많은 위로가 되어, 이 감정과 감사함을 기억하고자 그들의 응원을 기록으로 남겨둔다.
대표님의 응원

- 젊고 유능했던 대표님, 많은 신뢰와 기회를 주신 덕분에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팀원 분들의 응원

- 내가 처음으로 뽑은 팀원부터, 산학 협력 프로젝트에서 이어온 인연으로 입사를 하게 된 팀원까지
- 잘 따라와 주시고 지지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동료분들의 응원

- 내 관심사와 특징을 살려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 주신 이별 카드. 이런 동료, 이런 회사는 또 없지 않을까..?
이별 선물

-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에 사무실에서도 목도리를 하고 다니던 나를 기억해준 팀원들
- 휴식과 체력 회복이 필요한 나에게 딱 맞는 비타민을 선물해 준 동료분
-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주고, 마음을 표현해 준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인 것 같다.
감사의 말
내일이면 두 번째 스타트업에서의 여정이 마무리된다.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하고 찬란한 페이지들 중 하나를 만들어 준 와이피랩스
회사도, 구성원들도 모두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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